[바다와 섬여행 시리즈] 거문도·백도·금오도, 바다 위 금강산, 섬마다 전설이 흐르는 곳
거문도, 백도, 금오도.
그 이름 안에는 전설과 이야기, 그리고 바다를 품은 시간이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이번 [바다와 섬여행 시리즈]에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설화, 그리고 사람 냄새가 스며 있는 여수의 대표 섬 3곳을 천천히 따라가 봅니다.
1. 거문도 – 전설과 유서 깊은 섬, 그리고 동백꽃 길
여수 남쪽 끝 바다를 품은 거문도는 고도·동도·서도 세 섬이 모여 있는 구조로,
예전에는 '삼도'라 불리기도 했고, 현재도 고도 하나만을 따로 '거문도'라 부르기도 합니다.
동도와 서도는 거문대교로 연결되어 있어 도보로 이동할 수 있으며,
섬 전체는 고대부터 해상 교역로이자 훌륭한 어장으로서 사람이 일찍 정착한 곳이기도 하죠.
이 섬은 문장이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서도 수월산 아래 바닷속에는 길이 약 30m의 남근형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문필암’이라 불리며 학문과 인재의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거문도라는 이름도, 청나라 제독이 이곳에서 대학자 김유의 글솜씨에 감탄하여
‘거대한 문장의 섬’이라는 뜻에서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섬 곳곳에는 신선바위, 멍실여, 솔순이 빠진굴 등
사람 이름과 전설이 깃든 지명이 많아 걷는 재미가 있고,
서도 끝자락에 자리한 거문도등대는 1905년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로,
지금도 고요한 바다를 수놓으며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특히 동도의 70%가 동백나무일 정도로 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
‘동백섬’으로도 불리며, 등대로 향하는 길은 봄이면 동백꽃 터널로 물듭니다.
낚시 애호가들에게도 거문도는 성지 같은 곳인데,
성어기에는 맑디맑은 바다 속 고기떼가 보일 정도이며
갯바위 낚시 명소로 전국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2. 백도 – 전설이 숨 쉬는 무인도의 절경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약 28km 떨어진 해상에는
작지만 신비로운 섬들, **백도(白島)**가 있습니다.
총 39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이 군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며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상륙이 금지된 생태 보존 구역입니다.
섬들은 깎아지른 기암괴석과 형형색색의 바위들로 가득하며,
그 형상은 ‘바다 위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웅장하고 변화무쌍합니다.
매바위, 각시바위, 형제바위, 석불바위처럼
각 바위마다 전설과 신화가 담겨 있어 그 자체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공간이죠.
옥황상제의 아들이 바다용왕의 딸과 사랑에 빠져 이곳에 정착하자
화가 난 옥황상제가 100명의 신하를 보냈는데, 모두 이 섬의 풍류에 빠져 돌아오지 않아
결국 아들과 신하들을 돌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그래서 이 섬들을 ‘백도(百島)’라 불렀지만, 실제로는 100개가 안 돼 ‘흰 백(白)’ 자를 쓰게 되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곳에는 흑비둘기 등 30여 종의 조류, 풍란·눈향나무·후박나무 같은
아열대 식물군, 그리고 산호·해면 등 170여 종의 해양 생물이 어우러져
온전히 살아 숨 쉬는 해양생태계의 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유람선을 통해서만 섬 주변을 돌며 그 장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3. 금오도 – 자연이 살아있는 낚시와 트레킹의 섬
‘거북이처럼 생긴 섬’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금오도(金鰲島)**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전통 민속과 생태가 잘 보존된 섬입니다.
울창한 숲에는 국할나무, 산삼 등이 분포해 예로부터 귀한 약초의 산지로 여겨졌고,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민간인의 입주를 금지하고 사슴을 사냥하던 금지구역이기도 했습니다.
금오도는 요즘엔 무엇보다도 '비렁길'이라는 해안 절벽길 트레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어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 숲이 어우러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오죠.
감성돔뿐만 아니라 참돔, 돌돔까지 잡히는 전국급 낚시 명소로 유명합니다.
섬 전체가 천연의 낚시터처럼 형성돼 있어 낚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죠.
잠재력이 큽니다.
자연이 숨 쉬는 섬, 이야기가 살아 있는 금오도는 트레킹·낚시·생태를 모두 아우르는
만능 여행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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